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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숯 2015. 9. 16. 00:33


-마이조 오타로의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은...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너무 괴상한 단편이었다...분명 파우스트의 판매부수에 슬픈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했는데 청소년의 성장과 2차성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함. 이런 변태같은 글을 쓰면서 그런 주제를 품어도 되는 건가...


-현실에서 주인공이 가정불화 끝에 머리에 드라이버가 박혀 쓰러진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가상의 세계가 존재하며 이야기는 가상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가상의 세계에서 머리에 구멍이 나 있고, 세계를 구하는 소년이다. 이 부분이 상당히 현실과 가상의 괴리를 과장되게 보여주고 있다.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큰 철탑은 드라이버의 끝으로, 이것을 주인공은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의 세계에 있는 주인공은 머리에 구멍이 나 있을 뿐이다. 현실과 가상의 유일한 접점이 그 구멍인 것이다. 가상에서는 큰 철탑으로 묘사되는, 본래라면 드라이버가 쑤셔박혀 있어야 되는 구멍이다.


-현실과 가상의 괴리를 만듬과 동시에 마이조 오타로는 그 부분을 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다. 폭력을 당해 생겼을 뿐인 머리의 구멍을 가지고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유사성행위를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성기가 아닌, 머리의 구멍을 성기처럼 여기며 여자친구의 뿔을 그 구멍에 넣는 것을 통해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자신의 성을 인식하려 하지 않고, 본래 성행위에서 남성의 위치와는 정반대의 위치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기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성행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현실성에서 도피하고 있다. 이는 나중에 성기가 변형돼 사라져버리는 부분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일반적인 성행위를 가질 생각조차도 없이 현실에 아예 등을 돌려버린다. 여자친구의 뿔을 닮은 물건만 있으면 좋다는 표현에서도 그걸 보여준다. 주인공은 단편 내내 자신이 습격으로 빈사에 빠져있다는 현실에서 도피하면서, 현실을 연상시키는 일반적인 성행위나 자신의 성역할조차도 부정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과의 유사성행위를 거부하고 적으로 돌아서서 세계를 파괴하려고 하는 여자친구를 죽인다. 현상유지를 시키면서 분명 둘이서 돌아봤어야 했던 둘 사이의 관계나 혹은 자신의 머리에 난 구멍 등의 문제에 손을 뻗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도시 한가운데에 선 철탑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것처럼 자신도 머리의 구멍에 드라이버를 쑤셔넣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제서야 머리의 구멍을 단순한 구멍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 구멍에 현실과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난폭한 형태의 현실긍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인공은 그 때까지 여러가지를 그 구멍에 쑤셔넣고, 박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결말을 짓는다. 그것은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시행착오들일 것이다.


-근데 해석하기 나름이겠지 지금 봐도 되게 이상한 글임...




+세계=주인공의 머릿속. 여자친구는 주인공과의 관계를 지적하고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 그건 이상하다고 확실한 일침을 날림. 주인공의 세계는 도피와 주인공의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의 도착적인 성 인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자친구가 이를 부순다는 것은 주인공을 현실로 끄집어낸다는 난폭한 형태의 암시.